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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년간 홈서버 가동한 후기

최종 수정일 : (2년 전)
My Server Computer

지난 6월 27일부터 지금(12월 27일)까지 딱 6개월째 됩니다.
짧다면 짧은 기간인데, 시작부터 참 다사다난했던 터라 굉장히 길게 느껴지네요.

서버 사양
CPU : Intel G5400
Board : Gigabyte H310M DS2V
RAM : 삼성 DDR4 8GB * 2
HDD : Toshiba 2TB (이 시국 이전에 구매)
Power : Zalman ZM350-FX

사이트 규모보다 훨씬 과분한 사양을 사용 중입니다.

왜 홈 서버인가

일단, 예전엔 티스토리 블로그를 사용했으나, 종종 느려지는 서버와 백엔드, db엔 일체 접근이 불가능하단 게 불편하더라고요. 제가 아무 짓도 하지 않아도 사이트 곳곳에 티스토리가 박아놓은 플러그인, 트래커 등도 영 보기 싫고요.

그래서 아예 처음부터 새로 만들잔 마음가짐으로 호스팅 업체와 홈 서버를 저울질해보니, 호스팅 서비스 대부분이 트래픽 제한이 있고, 작은 용량의 저장 공간을 제공하는데, 저장 공간을 늘리면 한 번 돈을 주고 그만인 게 아니라 월 이용료가 올라버리는 게 대부분이더라고요.

저걸 쓰느니 서버 컴퓨터 하나 사는 게 훨씬 싸겠다는 생각도 들고, 이왕 이렇게 되는 거 처음부터 혼자 삽질해보자는 생각에 홈 서버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root이란 완장이 참 차고 싶기도 했고요.

장점

1. Root

물리적으로 제가 소유한 컴퓨터니 입/출력 장치만 연결하면 서버 컴퓨터의 모든 곳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호스팅 서비스처럼 .htaccess를 수정할 필요 없이 서버의 모든 설정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서버 확장, 사이트 추가, 도메인 추가 연결 등 모든 것이 자유롭습니다.

또한, 서비스를 이용할 때와는 다르게 무슨 문제가 발생했을 때, 메일 하나 보내놓고 답답해하며 기다릴 필요 없이,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를 연결하고 알아서 고칠 수 있습니다.

2. 비용

보통 전기세를 문제 삼던데, 전 고지서를 확인해보니 전년 동월보다 평균 3,000 ~ 5,000원 더 나오더라고요.
서버 컴퓨터 가동을 시작한 달과 그전 달을 비교하는 게 조금 더 정확하겠지만, 하필 여름에 가동을 시작해서…에어컨 때문에 정확한 측정은 힘들더라고요.

뿐만 아니라 상술한 것처럼 서버 용량을 늘리고 싶으면 저장장치만 사면 끝나고, SSL을 유료로 구매해야 하는 특정 서비스들과는 다르게 Letsencrypt로 SSL을 무료로 설치할 수 있습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고치고 앉아있는 시간까지 비용에 넣으면 어떻게 될진 모르겠는데, 서비스 이용 중 문제가 생겨서 문의 넣고 답답한 마음에 기다리는 시간도 비용에 넣으면 얼추 비슷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3. 각종 제약 없음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저렴한 회선을 이용하긴 하지만, 통신사에서 차단할 만큼 어마어마한 트래픽을 사용하지만 않으면 트래픽 제한이 없습니다.

4. 인내심 향상

처음 본 해괴한 오류가 뜰 때마다 목젖까지 차오르는 육두문자를 집어삼키며 인내심을 단련할 수 있습니다.
인내하고 모든 것을 이해하려 노력하며 삼라만상의 이치를 깨달을 기회가 주어집니다.

단점

1. Root

양날의 검입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알아서 고쳐야 하고, 뭔가 시도하고 싶은 게 있으면 알아서 공부해야 합니다.

또한, 모종의 이유로 서버의 연결이 끊기진 않았는지, 다른 이상은 없는지 수시로 확인하며 부지런을 떨어줘야 합니다.

2. 다양한 분야의 공부가 강제됨

서버사이드 언어 공부를 위해 설치한 홈 서버인데, 생각보다 폭넓은 지식을 꾸준히 요구합니다.
다른 분야도 강제로 공부하게 하니 장점인가…싶기도 합니다만, 아무튼 단점입니다.

간략하게 정리해보면,

하드웨어에 대한 지식 - 컴퓨터의 조립 및 수리가 제 몫입니다.

서버에 대한 지식 - SSL 인증서를 발급받고 443번 포트에 연결하고, 80번 포트(http://)로 들어오면 443번 포트(https://)로 리다이렉트시키는 것이나 캐싱 같은 굉장히 기초적인 작업부터 알아서 다 해야 합니다.

서버 컴퓨터에 사용 중인 OS(우분투)에 대한 지식 - 버퍼 오버플로 방지를 위해 일정 시간마다 재시작되게 하고, SSL 인증서를 자동으로 갱신하는 기초적인 자동화부터 시작해서, OS가 온갖 말썽을 부릴 때마다 구글 뒤져서 해결해줘야 합니다. GUI로 점철된 요즘 세상과 굉장히 동떨어진 터미널을 이용해야 하는 건 덤입니다만, 이건 생각보다 금방 적응되더라고요.

보안에 대한 이해 및 경각심 - 웹 서버, 심지어 홈 서버는 크래커들이 심심풀이로 건드리는 1순위라 소 잃고 외양간 고칠 수 없으니 대비를 정말 열심히 해줘야 합니다.

3. 소음

팬 돌아가는 소리, HDD 긁는 소리, 생각보다 거슬립니다.
아예 큰 소리가 나면 상관없는데, 굉장히 작은데 귀에는 들리는 늦가을 모기의 날갯짓 같은 거슬리는 소리입니다.
조금 예민한 사람은 구글 애널리틱스 필요 없이 귀로만 접속자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처음엔 거슬려서 귀마개 끼고 자고 그랬는데,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더라고요. 이젠 그냥 잡니다.

4. 서버 관리

데이터 센터 급은 아니지만, 더우면 에어컨 틀어주고 습하면 제습기 돌려주고 할 건 다 합니다.
에어컨 제습은 제습이 제대로 안 돼서 여름에도 습도 높으면 제습기 돌리는데, 제습기가 뿜어내는 열기를 감당하기가 참 힘듭니다.
장점 2번에 비용 적어뒀는데, 이러고 있으면 과연 비용을 아끼는 중일까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또한 낙뢰 등의 자연재해로 차단기가 내려갔을 때 대처 방법이 전혀 없습니다. 살면서 차단기가 내려간 적이 그리 많진 않지만 걱정되긴 하네요.


웹 공부를 시작하며 홈 서버는 하나의 로망이었는데, 이런저런 공부도 하고 문제들이랑 부딪히는 게 아직은 재미있네요.
가끔 키보드를 반으로 접어버리고 싶을 만큼 화가 나긴 합니다만…아직은 재미가 더 큽니다.

나중에 무슨 일이 있건 블로그만은 홈 서버에서 돌리고 싶은데, 잘 될지 걱정이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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